처음 퇴사를 생각하게 된 건 회사에서의 반복된 갈등과 피로감 때문이었다. 퇴직이라는 말은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는 행위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나의 생활 기반을 스스로 흔드는 결정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퇴사를 마음먹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준비를 시작했다. 결심만큼은 단호했지만, 감정적인 선택으로 내 미래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6개월 전부터 하나하나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점검했고, 그 결과 이전보다 훨씬 단단한 기반 위에서 퇴사를 맞이할 수 있었다. 퇴직 준비는 단순히 사직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구조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직접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매일 메모장을 펴고, ‘퇴사 전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할 일 리스트가 아니라, 내 감정과 심리 상태까지 함께 적었다. ‘오늘은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월급날인데 이상하게 기쁘지 않다’는 식으로 나 자신을 모니터링했다. 그렇게 매일 기록을 하다 보니, 퇴직을 결심한 이유가 더 명확해졌다. 단지 힘든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무기력과 방향 상실감이 내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진짜 이유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퇴직 이후를 견딜 수 있는 경제적 구조부터 만들었다
퇴직 이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돈’이다. 고정 수입이 끊기고 지출은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준비 없이 퇴사하면 일상 자체가 흔들린다. 나는 퇴직을 결심한 직후, 먼저 지난 1년 치 소비 내역을 확인했다. 월별 평균 고정 지출 항목으로는 월세, 통신비, 식비, 교통비, 보험료, 정기구독 서비스가 있었고, 이 중 줄일 수 있는 것들을 즉시 조정했다. 왓챠,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서비스는 해지했고, 평소 매주 하던 외식은 집밥으로 바꿨다. 이렇게 줄인 지출을 토대로, 6개월간 비상금 목표를 세웠고, 기존 저축 외에 생활비 전용 계좌를 따로 만들었다. 이 계좌에는 퇴사 후 최소 4개월은 수입 없이 지낼 수 있는 금액을 확보했다. 또한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확인하고, 지급 예상 금액과 시기를 엑셀에 정리해 전체 자금 계획을 시뮬레이션했다. 퇴직 후에도 공백 없이 생계를 이어가려면 이 정도 준비는 필수였다.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 퇴사하면, 금방 후회하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 체계도 미리 조사했다. 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트를 통해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예상 보험료를 계산해 봤고, 국민연금공단에 전화해 임의가입자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조건도 확인했다. 이런 정보들은 퇴직 후 바로 적용되기 때문에,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상당히 당황하게 된다. 주변에 보면 퇴직 후 보험이나 연금 납부가 끊겨서 나중에 연체료까지 내는 경우도 있었는데, 나는 그런 일이 없도록 퇴사 2개월 전부터 직접 기관에 연락해 필요한 정보를 받아두었다. 이 모든 준비가 단순히 ‘돈을 모은다’는 개념을 넘어, 퇴사 이후의 재정 구조를 정비하는 일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회사 내에서도 철저히 조용하게 퇴직 준비를 했다
재정적인 준비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본격적으로 회사 안에서의 준비를 시작했다. 퇴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까지는 모든 행동을 조용히 진행했다. 먼저, 내가 맡고 있는 업무 중 반복적이고 정리 가능한 것들을 문서화하기 시작했고, 팀 내부 공유 문서를 정리해 두었다. 인수인계용 문서는 퇴사 직전에 한꺼번에 만들면 누락되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평소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작성해 두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또한 인사팀에 문의해 퇴직 관련 서류 발급 절차를 미리 파악했고, 마지막 급여와 퇴직금 산정 기준도 확인했다. 필요에 따라 경력증명서도 추가 요청할 계획을 세웠고, 각종 사내 시스템에서 내 개인 정보가 남지 않도록 미리 점검해 두었다. 퇴사 통보는 마지막 4주 전에 상사에게 구두로 먼저 전달했고, 이후 사직서를 정중하게 제출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은 담담했고, 내가 충분히 준비했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팀원들도 존중해 주었다. 준비 없이 감정적으로 퇴사하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과정을 통해 느꼈다.
나는 퇴사 직전까지 출근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매일 출근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했고, 내가 맡은 업무를 철저히 마무리했다. 퇴사 통보 이후에도 팀원들과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정리해 나갔다. 점심시간에는 일부러 후임자와 함께 식사를 하며 인수인계 관련 질문을 받아주었고, 필요하면 퇴사 이후에도 연락해도 괜찮다는 말을 남겼다. 내가 떠난 후에도 조직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돕는 과정이 오히려 나에게 더 큰 마무리감을 안겨주었다. 회사와 나 모두가 깔끔한 이별을 하게 된 이유는, 이러한 준비 덕분이었다.
퇴직 후의 삶까지 생각했기에 후회 없는 결정이 되었다
퇴직을 단순한 탈출로만 생각했다면, 아마 나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퇴사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우선, 일을 그만두고 나면 하루의 구조가 완전히 바뀐다. 출퇴근이 사라지고, 주변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줄어든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정신적인 영향을 크게 미친다. 나는 퇴직 후에도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났고, 오전에는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나 글쓰기를 정해놓고 실천했다. 또한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링크드인과 구직 사이트에 프로필을 등록하고,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정비했다. 실업급여는 퇴사 후 7일 안에 신청을 완료했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전환도 무사히 마쳤다. 이처럼 퇴사 이후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자, 불안보다 안정감이 더 커졌다. 퇴직 준비는 사직서 제출 전까지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그 이후까지 계획하는 것이 진짜 준비라는 사실을 퇴사 후에야 실감했다.
더불어 퇴직 후 나는 꼭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리스트로 만들었다. 평소에는 바빠서 미루기만 했던 독서 목록을 완성했고,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파이썬 기초 문법도 익히기 시작했다. 매일 오전에는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커피숍에서 글을 쓰며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정돈된 루틴을 만들어가면서, 퇴직이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퇴사를 통해 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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