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퇴직 준비 중 새로 생긴 인간관계 – 회사 밖 연결고리 만들기

canada927 2025. 8. 13. 20:08

퇴직을 결심하고 준비하던 초기,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 중 하나가 바로 '고립감'이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매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는 짧은 잡담도 자연스러운 사회적 접촉이었고, 회의나 점심시간, 퇴근길까지 항상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퇴사를 염두에 두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그 익숙했던 연결들이 하나둘씩 끊어지기 시작했다.

회사라는 울타리는 단지 일터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사회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장소였고, 관계의 중심이기도 했다. 그래서 퇴사를 준비하며 회사 밖 세상으로 나아가려 할수록, 나의 사회적 기반이 얼마나 '한 곳에 의존되어 있었는가'를 실감하게 됐다. 주변에 회사를 그만두거나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말하기도 어려웠다. 당연히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었다.

고립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고민했다.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준비는커녕 나 자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퇴직 준비의 방향을 크게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퇴직 준비에 필요한 인간관계

퇴사 예정자라는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였다. '퇴사 후 삶', '자기 계발', '부업 준비'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검색했고,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나처럼 회사를 그만두려 하거나 이미 그만둔 후 삶을 재정비 중이었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조언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곳에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면서 나는 점점 다시 사회와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은 나보다 먼저 퇴사하고 글쓰기 부업을 시작한 40대 초반의 여성 분이었다. 내가 쓴 글에 성실히 답글을 달아주었고,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루틴과 수입 모델을 만들었는지 자세히 공유해 줬다. 우리는 몇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온라인 친구가 되었고, 이후 서로의 글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서로 응원자'가 되었다. 회사 밖에서도 이런 관계가 가능하다는 걸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는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여해 보았다. 퇴사 준비 중인 사람들끼리 만나는 소규모 모임, 프리랜서 워크숍, 부업 창업 세미나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직장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사람들이었고, 그 공통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대화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낯선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공통의 불안과 희망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사 밖 인간관계는 목적보다 '과정' 중심으로 연결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맺는 인간관계는 대부분 목적 지향적이다. 프로젝트, 업무, 실적 등 공동의 목표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감정적 교류보다는 기능적 협력이 중심이 된다. 반면, 퇴직을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전혀 달랐다. 목적보다는 과정 중심의 관계였다. 함께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서로의 현재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이런 관계가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이익이나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나눌 수 있는 관계. 그것이 오히려 나를 더 깊이 위로하고 지지해 주었다. 회사 밖 인간관계는 비교보다는 공감이 중심이 되었고, 나 역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이런 관계들은 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퇴사 이후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 연결들은 지금의 내 삶에서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낯선 곳에 가는 불편함, 처음 말을 거는 어색함,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등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쌓이면서 나는 어느 순간, 회사를 나와서도 충분히 따뜻한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되었다.

퇴사 후 삶의 기반이 된 회사 밖 연결고리들

지금 나는 퇴사 전보다 오히려 인간관계의 질이 더 깊어졌다고 느낀다. 회사를 중심으로 한 관계는 조직이 없으면 함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퇴사 이후 생긴 인간관계는 삶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직업이 달라도, 나이와 환경이 달라도,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깊은 연결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런 회사 밖 연결고리들은 단지 외로움을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제공해 주는 기반이 되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통해 글쓰기 강좌를 알게 되었고, 그 강좌를 통해 지금의 부업 기회를 얻게 되었다. 또 다른 연결은 프리랜서 프로젝트 제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관계들은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더 이상 직장이라는 이름 없이도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고, 나의 가치와 생각이 관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은 퇴사 이후에도 나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정서적 기반이 되었다.

퇴직을 고민하거나 준비 중이라면, 인간관계의 변화 역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회사 밖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기를 추천한다. 정보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취미를 기반으로 한 소모임, 온라인 지식 플랫폼 등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퇴사 이후의 삶은 혼자만의 여정처럼 보이지만, 그 길 위에서도 사람들과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외롭지 않다. 그리고 그 연결은 준비하는 지금부터 천천히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나 역시 그렇게 시작했고, 지금은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