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중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준 글쓰기의 힘
퇴직을 고민하던 시기, 나는 쉽게 내 감정을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회사 안에서는 퇴사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친구나 가족에게도 섣불리 털어놓을 수 없었다. 한마디 말이 걱정으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이미 여러 번 해봤기에, 결국 나는 대부분의 불안과 고민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 이럴 때 가장 무서운 건, 생각이 마음 안에서만 맴도는 것이었다. 방향 없는 불안이 계속 커졌고, 스스로도 내 상태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그때 시작한 게 글쓰기였다. 거창한 일기는 아니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내 기분을 한 문장씩 적었다. 처음에는 ‘피곤하다’, ‘불안하다’ 같은 단어들로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단어들이 이어지며 어느새 문장이 되었고, 문장은 다시 내 감정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왜 피곤한가’, ‘무엇이 불안을 유발하는가’를 글로 써 내려가며, 내 마음속에 있던 혼란을 구체적인 언어로 바꾸었다.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가 생겼다. 내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서 단어로 나열하는 작업은, 마치 정리되지 않은 방을 청소하는 것처럼 개운했다. 그리고 점차 내 생각이 정리되면서, 무기력함보다는 ‘정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매일 쓰는 루틴이 퇴사 준비에 ‘심리적 리듬’을 만들어주었다
글쓰기를 매일의 루틴으로 삼은 건, 퇴직 준비 중 생긴 최고의 습관이었다. 나는 하루의 시작을 글로 열었고, 하루의 끝을 글로 정리했다. 그렇게 하루 두 번, 단 15분씩이라도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삶의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았다.
특히 아침 글쓰기는 하루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기대하는 감정 등을 쓰면서 하루에 목적과 방향이 생겼고, 막연한 무기력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반대로 저녁에는 오늘 하루의 감정과 행동을 되돌아보며,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를 되짚었다. 이 습관은 단순한 감정 기록이 아니라, 퇴사 준비 기간 동안 나를 스스로 훈련시킨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노트에 손글씨로 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블로그를 활용하게 됐다. 비공개 설정으로 시작했던 글은 점차 공개글로 전환되었고, 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글쓰기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도구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게 해 준 매개체가 되었다.
이 경험은 퇴직 이후에도 연결되었다. 글쓰기 루틴 덕분에 나는 퇴사 이후에도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삶의 흐름을 설계하고 추적하는 도구였다.
글쓰기 덕분에 생긴 변화들 – 감정, 기회, 그리고 수입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감정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과거에는 불안이 오래 지속되었고,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글을 쓰면서 원인을 추적하고, 해결 방안을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이 생겼다. 어떤 불안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언어로 다듬는 작업을 하면서,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새로운 기회였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와 같은 상황을 겪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고, 그 관계는 정보 교환, 공동 작업,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졌다. 내가 쓴 글을 통해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글이 나의 생각을 세상에 내보내는 창구가 되면서, 퇴사 후에도 사회적 연결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예상치 못한 수입의 기회였다. 처음엔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블로그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애드센스를 연결하게 되었고, 작지만 의미 있는 광고 수익이 생겼다. 또한 일부 글은 브런치에 연재되며 원고 요청으로 이어졌고, 글을 기반으로 한 정보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퇴직 후 수입의 불안함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었던 건, 꾸준한 글쓰기의 결과였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글을 쓰며 나는 어떤 가치에 민감한지,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글은 나의 거울이 되었고, 동시에 미래를 비추는 창문이 되었다.
퇴직 준비 중이라면, 누구나 글쓰기를 시작해도 좋다
지금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그건 글쓰기다. 쓰는 방식은 자유롭다. 손으로 적어도 좋고, 타이핑을 해도 괜찮다. 일기를 써도 되고, 블로그를 운영해도 된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내 안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정리해 보는 행위 그 자체다.
퇴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복잡하며, 감정의 굴곡이 심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릴 수 있고,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이 수없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글쓰기는 가장 가까운 심리 도구가 되어준다. 나도 수없이 흔들렸지만, 그때마다 글로 내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다.
퇴사 이후 삶을 계획할 때도 글쓰기는 큰 무기가 된다. 나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꾸준히 쓰다 보면 누군가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 공감은 적은 가능성을 만들기도 한다. 나의 경우처럼, 글을 통해 새로운 일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시대다. 도구는 넘쳐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용기’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용기는 점점 커지고, 흔들리던 마음은 어느새 중심을 잡는다. 퇴직 준비는 외로운 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쓰는 한 줄의 글이, 그 길 위에서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등불이 될 수 있다. 나에게 그랬듯, 당신에게도 반드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