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회사 몰래 현실적으로 했던 생존 전략 5가지
퇴직을 결심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유
나는 퇴직을 결심했지만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퇴직 의사를 드러낸다는 건 곧 '충성도 없는 직원'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퇴사를 준비한다는 말은 때로는 그 자체로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퇴직을 결심한 순간부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준비는 생각보다 복잡했고, 감정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 이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시작하고 싶었기에, 회사를 다니면서 동시에 퇴직을 준비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사용한 전략들은 특별하거나 거창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소하고 실천 가능한 것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를 흔들림 없이 퇴사하게 해 준 중요한 과정들이었다.
이 시기를 돌이켜보면 감정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했다. 출근길마다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퇴근할 때마다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하지만 바로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퇴사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기 때문이다. 지쳐서 떠나는 것과, 준비돼서 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두 번째를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결정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퇴직 이후 생계를 위한 재정 점검부터 시작했다
퇴사를 생각하는 사람 대부분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건 바로 '생계'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면, 다음 달부터 월세는 어떻게 내야 하지? 식비는? 교통비는? 이런 걱정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소비 습관을 객관적으로 보는 일이었다. 평소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작은 지출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중 일부는 퇴사 이후 없어도 될 것들이었다. 나는 지출 항목을 줄이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한 달을 살아보는 ‘모의 퇴사 생활’을 해봤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퇴사 후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예측할 수 있었고, 실제로 통장도 별도로 분리해 비상금 계좌를 만들었다. 이 계좌에는 ‘절대 손대지 말 것’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돈만큼은 어떤 상황이 와도 유지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은 불규칙한 수입 상황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생활비 구조’를 수립한 것이다. 고정지출을 줄이고, 보험도 보장성 위주로 재조정했다. 단순히 퇴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퇴사 이후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 진짜 목표였다.
여기에 더해, 나는 예비 수입원을 만들어 두는 것도 병행했다. 퇴사 직전 몇 개월간은 주말을 활용해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강좌를 올리기 위한 준비를 했고, 퇴사 이후에는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구글 애드센스를 신청할 계획도 세웠다. 물론 큰 수익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고정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 작은 보조 수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이 훨씬 커졌다. 이처럼 퇴사 이후의 금전적 공백은 사전에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빠르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적 안정 없이 퇴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미래를 갉아먹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에서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준비했다.
회사에 들키지 않기 위한 조용한 퇴직 준비법
퇴직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회사 내부에서 티 내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했고, 늦게 퇴근했다. 이 행동들이 퇴사를 앞둔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외부 이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릴 때에도 비공개 설정을 해두었고,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받을 때는 퇴근 이후 개인 이메일만 사용했다. 또한 회사 메신저나 사내 PC에서는 어떤 이직 관련 활동도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눈치채지 않고 퇴사 준비를 하려면, 내 일상 안에 비밀 공간이 하나쯤은 필요했다. 나는 그 공간을 주로 주말과 퇴근 이후 시간으로 활용했고, 그 안에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포트폴리오를 정비했다. 퇴직일을 정하기 전까지는 회사 업무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했으며, 누구보다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했다. 오히려 이런 자세 덕분에 퇴사 통보를 했을 때도 팀원들이 예상하지 못했고, 마무리까지도 깔끔하게 할 수 있었다. 회사 몰래 퇴직 준비를 하려면 무엇보다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내 시스템이나 회사 메일, PC 안에 어떤 개인 흔적도 남기지 않도록 신중히 움직였다.
또한 퇴사 직전에는 인수인계를 위한 계획도 개인적으로 수립해 두었다. 공식적으로는 퇴사 의사를 밝히기 전이지만, 내가 갑작스럽게 나가게 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후임자에게 남길 문서를 틈틈이 작성해 둔 것이다. 이는 단지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나 스스로 퇴사를 정리된 상태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심리적 욕구였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 후에도 회사로부터 연락이 오고, 인수인계 부족으로 인해 평판에 타격을 입는 경우를 본 적이 있기에 나는 선제적으로 이 부분을 관리하고 싶었다.
나만의 생존 전략 5가지가 퇴직을 견디게 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실제로 활용했던 퇴직 준비 생존 전략 5가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실전 퇴사 리허설’이다. 퇴사한 것처럼 한 달 동안 살아보며 생활 패턴과 소비를 조정하는 방식인데, 실제 퇴사 이후에도 큰 충격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퇴직 전 재정 파일 만들기’다. 지출 내역, 예상 실업급여, 퇴직금, 건강보험 전환비용까지 모두 엑셀에 정리해서 변수에 대비했다. 세 번째는 ‘퇴사 후 3개월 루틴 만들기’였다. 나는 퇴사 후 3개월을 휴식기로 계획하고,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할지 미리 목록으로 만들어뒀다. 이 루틴은 나를 무기력에서 구해줬다. 네 번째는 ‘기록 없는 준비’였다. 회사 장비에는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았고, 모든 준비는 내 개인 클라우드나 USB를 통해 진행했다. 다섯 번째는 ‘퇴사 통보 타이밍 조절’이다. 나는 회사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인수인계가 가능한 시점에 맞춰 퇴사일을 설정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회사를 나올 수 있었다. 이 전략들이 특별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현실적인 준비를 가능하게 해 주었고, 나를 지탱하는 기반이 되어주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다섯 가지 전략은 퇴사를 단순한 종료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한 연결고리로 만들어줬다. 예를 들어, 루틴을 미리 설계해 둔 덕분에 퇴사 후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고, 퇴직 전 만든 재정 파일 덕분에 예상치 못한 지출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 모든 전략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었다. 퇴사 이후에도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퇴직 준비는 겉으로 보이지 않게 조용히 하되, 그 속은 치밀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