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퇴직 준비 중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 정의한 시간

canada927 2025. 8. 13. 13:35

퇴직을 준비하기 전까지,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맡은 역할이 있었고,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태도를 유지했으며, 매일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나름의 생활 패턴도 지니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퇴사를 결정하고 회사를 떠나겠다는 준비를 시작하자, 그 믿음은 빠르게 흔들렸다.

회사가 없는 하루는 예상보다 낯설고 불안했다. 직급도 없고, 직장 동료도 없고, 회의도 없는 하루를 마주했을 때 나는 문득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섰다. 내가 가진 정체성 중 상당 부분이 ‘회사 사람’이라는 타이틀에 기대고 있었고, 그것이 사라지자 마치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나는 진짜 질문을 던지게 됐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원해서 일했는가, 내가 하는 일은 정말 나와 맞았던가, 만약 회사 밖에서도 나의 존재를 설명해야 한다면 무엇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퇴사를 준비하면서 마주하게 된 가장 깊은 통찰이었고, 동시에 가장 혼란스러운 탐색의 시작이었다.

퇴진 준비는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다시 묻다

퇴사 준비 기간 동안 나는 의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냈다. 처음엔 외로웠지만, 점차 그 시간이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혼자 있는 순간에만 떠오르는 생각들이 생겼다. 특히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내가 좋아했던 건 무엇이었지?”, “일 외에 나를 기쁘게 했던 건 뭐였지?”, “나는 어떤 환경에서 가장 편안했지?” 이 질문들에 솔직하게 대답하면서, 나는 점점 회사 밖의 나를 재발견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손에서 놓았던 적이 많았다. 책을 읽는 것도,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아했지만, 바쁜 업무에 쫓기다 보니 그런 나다움을 잊고 살았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도구가 되었다.

또한 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큰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예전엔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처럼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은 과거의 경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 위에 새롭게 나를 구성해 가는 일이었다.

자기 정의는 단번에 되는 일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내가 굉장히 명확한 사람처럼 느껴지다가도, 다음 날엔 모든 것이 헷갈렸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는 점점 더 진짜 나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맞추려 하지 않았고, 내가 나를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나다움’을 중심에 둔 삶을 설계하기 시작하다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알게 되자, 삶의 방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안정된 수입, 명함에 적힌 직함, 연말 성과평가 같은 외부 지표를 중심으로 내 삶을 정리했다면, 이제는 내가 만족하는 하루, 내가 기여했다고 느끼는 순간, 내가 진짜로 집중했던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를 평가하게 되었다.

이 변화는 일의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예전엔 누군가가 주는 일을 잘 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정의하고 그것을 주도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았다. 이건 단순한 프리랜서 마인드가 아니라, 나다움을 중심에 둔 삶의 설계였다. 어떤 날은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글을 쓰면서도, 그 시간만큼은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진정성’과 ‘연결’이라는 걸 알게 되자, 새로운 관계를 만들 때도 단순한 네트워킹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퇴사 후에도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이제는 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관계의 질도 깊어지고 갈등도 줄었다.

삶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누구인지를 조금 더 분명히 아는 지금, 세상의 변화에도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퇴사는 그 출발점이었고, 진짜 변화는 그 이후의 질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퇴직 준비는 결국 ‘나를 복원하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준비할 때 커리어와 수입, 생활비, 미래 직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 모든 준비보다 더 중요했던 건, 내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어떤 계획도 방향을 잃고 흔들렸을 것이다.

퇴사란 단지 회사를 떠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던 내 마음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이다. 그동안 얼마나 나를 외면하고 살았는지, 어떤 감정들을 억누르며 살아왔는지,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놓지 않아야 할 본질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하는 시간이다.

나는 퇴직 준비 중 자기 정의의 과정을 거치면서,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힘을 얻었다. 이젠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준과 리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자, 불안보다 기대가 커졌고, 고립감보다 연결감이 강해졌다.

지금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혹은 이미 결정을 내리고 준비 중이라면, 한 번쯤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였고, 앞으로는 누구로 살아가고 싶은가?”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고찰이 아니라, 퇴직 이후의 삶을 진짜로 바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나에게 그랬듯, 당신에게도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