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중 가장 힘들었던 퇴사 결심의 순간들
퇴직을 떠올린 건 오래전이었지만, 결심은 쉽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퇴사를 상상해 본다. 나 역시 퇴직을 처음 떠올린 시점은 퇴사하기 1년 전이었다. 반복되는 야근과 상사의 비합리적인 지시,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업무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러나 그 지침은 ‘그만두겠다’는 결단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참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나가는 건 무책임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컸다.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몇 달을 더 버텼고, 그 시간 동안 퇴직에 대한 마음은 들쑥날쑥해졌다. 퇴직이라는 결정은 단순히 회사를 떠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내 경력, 생활, 인간관계, 자존감까지 포함된 삶의 전환점이었다. 그래서 더욱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나는 그때부터 진지하게 퇴직 준비를 시작했지만, 결심을 굳히기까지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어야 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드는 피로감은 점점 누적되었고, 회사에서의 하루하루는 버티는 시간에 가까웠다. 주변 동료들도 나처럼 지쳐 있었지만, 그들은 별다른 불만 없이 일상을 이어갔다. 그런 모습에 나는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나만 못 견디는 건가’, ‘이 정도로 그만두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 시기의 가장 큰 고통은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나를 몰아붙이는 판단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정말 지금이 퇴사할 타이밍이 맞는 걸까?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견딜 수 있음’과 ‘지속 가능함’의 차이였다
퇴직 결심의 전환점은 어느 날 문득 찾아왔다. 어느 금요일 늦은 저녁, 나는 텅 빈 사무실에 혼자 남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팀원들은 모두 퇴근했고, 나는 마감에 쫓겨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에 몰두했다. 그날은 단순히 바빠서가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일을 놓지 못했던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았을 때, 나는 그제야 내 얼굴이 지쳐 있다는 걸 알아챘다. 피곤한 표정과 메마른 눈빛, 초점 없는 얼굴. 그 모습이 낯설었다. 나는 아직 견딜 수 있었지만, 이 삶을 앞으로도 계속 반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버티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버티는 삶이 나를 소모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조용히 노트북을 열고 '퇴직 준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회사를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내 안에서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퇴사 결심은 어떤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라, ‘지속할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닫는 순간 찾아왔다. 결국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는 충분히 노력했고, 더는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진심 어린 결심이 가능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 결정을 너무 감정적으로 한다고 말하지만, 내 경우에는 오히려 차분한 이성의 결과였다. 감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식었고, 이성은 이제 그만 멈추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퇴사 결정 이후에도 마음은 쉽게 흔들렸다
결심을 내렸다고 해서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음은 단단히 먹었지만, 현실적인 요소들이 다시 나를 흔들었다. 당장 수입이 끊기는 것이 두려웠고, 이직 시장의 분위기도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주변에 퇴사했다가 몇 달을 쉬게 된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중 몇몇은 결국 프리랜서로 전향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나 역시 퇴사 후 계획이 완전히 명확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불확실함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내 결정을 점검했다. 단순히 지금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진짜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지 따져봤다. 퇴직 후에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 경제적 여유가 있는지, 멘탈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하나씩 시뮬레이션해 봤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하루하루를 더욱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기분, 출근하면서 느낀 생각, 업무 중 겪은 감정의 변화, 퇴근 후 나의 모습까지. 이 일기를 통해 나는 내 삶의 질이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걸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작은 성취에도 기뻤던 내가, 어느 순간 아무 일에도 감흥이 없어졌다는 사실은 꽤 충격이었다. 퇴사 결심을 흔드는 건 돈이나 커리어가 아니었다. 사실은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작은 계획들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퇴근 후에 공부를 하거나 주말에 부업을 준비하며, ‘나는 퇴사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쌓아갔다. 그렇게 점점 확신은 단단해졌다.
퇴사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비로소 평온이 찾아왔다
결국 나는 회사에 퇴사 의사를 전했다. 정확히 퇴사 결심을 한 지 3개월 만이었다. 예상보다 오래 걸렸지만, 그 시간 덕분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상사에게 처음 말을 꺼내던 순간의 떨림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걱정했던 것보다 반응은 차분했고, 나는 준비한 인수인계 계획을 함께 제시했다. 이후 한 달간은 마무리 기간으로 삼아, 나를 도와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내 자리를 잘 정리해 두는 데 집중했다. 퇴사일 당일, 회사 건물을 나서며 나는 울지도, 특별한 감정을 폭발시키지도 않았다. 오히려 묘한 평온이 찾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고, 이제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퇴직 준비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퇴사 그 자체가 아니었다. 결심하는 데까지의 갈등, 주변 시선, 스스로에 대한 의심, 그리고 퇴사 이후의 불확실함이 훨씬 더 나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통과하고 나니, 나는 분명히 성장해 있었다. 퇴사 결심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설득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떠나는 결정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또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오겠지만, 적어도 이 퇴사 결심을 통해 나는 나를 믿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믿음이, 앞으로의 삶을 이끌어줄 가장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