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 준비해야 할 행정 절차 총정리
퇴직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건 ‘정리’다
퇴직을 결심한 순간부터 나는 여러 감정에 휩싸였다.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막막함과 불안감도 함께 따라왔다. 특히 퇴직 직전에는 정서적인 변화보다도 행정적인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막상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이제 뭘 먼저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밀려들었다. 사직서 작성 외에도 정리해야 할 게 많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퇴직과 관련된 행정 절차는 복잡하고, 놓치기 쉬운 항목이 많았다. 단순히 짐을 싸고 인사팀에 인수인계를 마치면 끝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훨씬 다층적이었다.
퇴직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회사를 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 정보도 부족하다. 퇴직 경험이 있는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도 제각각이었고, 인터넷 검색 결과는 단편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사전에 하나하나 확인하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건, 퇴직 준비는 ‘나가고 끝’이 아니라 ‘나간 후의 삶을 위한 정돈’이라는 사실이었다. 정리가 잘 되어 있어야 퇴사 이후 새로운 계획도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직접 정리하며 확인했던 퇴직 전 필수 행정 절차들을 상세하게 공유해보려 한다.
첫 번째 단계는 ‘퇴직 의사 전달’과 관련 서류 확인이었다
가장 먼저 준비한 건 공식적인 퇴사 통보였다. 나는 퇴사 의사를 상사에게 전달하기 전에 먼저 회사의 사규를 다시 확인했다. 사직서를 언제, 누구에게, 어떤 형식으로 제출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이후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구두로 퇴사 의사를 전달한 후, 공식적인 사직서 양식을 통해 퇴직 신청을 처리한다. 나는 퇴사 30일 전에 상사에게 미리 의사를 전달했고, 이후 인사팀과 사직서 제출 일정을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연차 소진 여부, 인수인계 계획, 퇴직일 조정 가능성 등을 함께 협의했다.
그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재직증명서와 경력증명서 발급 가능 여부였다. 퇴사 이후 이직이나 기타 행정 처리 시 필요한 서류인데, 간혹 퇴직 이후에는 발급이 번거로울 수 있다. 나는 미리 인사팀에 요청해 퇴사 전 일괄 발급을 받았고, 원본과 스캔본을 모두 준비해 두었다. 또, 퇴직금 산정 기준과 입금일도 사전에 문의해 정확하게 확인해 뒀다. 이처럼 첫 단계는 대부분 내가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확보하는 시간이었다.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는 반드시 리스트를 만들어 체크하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는 ‘국가기관 연계 행정처리’로 넘어가는 것이다
퇴사 이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사회보장제도다. 나는 퇴사 후 바로 실업급여 신청을 준비했는데, 여기에는 생각보다 준비할 서류가 많았다. 먼저 고용보험 가입 기간을 확인하고,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충족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특히 자발적 퇴사자의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의 퇴사 이유가 이에 해당하는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상세하게 비교해 봤다. 다행히 나는 업무상의 건강 악화로 자발적 퇴사 사유 중 인정 가능한 사안에 해당했기 때문에, 퇴사 후 7일 이내에 고용센터에 방문해 신청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건강보험 자격 전환도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직장가입자 자격으로 건강보험에 자동 가입되어 있었지만, 퇴사 후에는 자동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험료가 확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상 보험료를 계산해 봤다. 나의 경우 월 8만 원 정도로 예상되었고, 가족 구성원의 보험 합산 여부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도 퇴사 후 중단되지 않도록 임의가입 제도를 활용해 계속 납부할 수 있는 조건을 확인했다. 이처럼 퇴사 이후 이어지는 행정 처리는 회사 내부가 아닌 국가기관과 연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혼란을 겪기 쉽다. 나는 모든 기관의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해 하나씩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마지막 단계는 ‘개인 계정·데이터·기록 정리’다
퇴직 준비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개인 정보와 디지털 자산 정리다. 나는 회사에서 사용했던 이메일, 클라우드 계정, 프로젝트 관리 툴 등 다양한 디지털 공간에 나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하나씩 정리해나갔다. 먼저 사내 계정으로 등록한 외부 서비스들을 모두 개인 계정으로 변경했고, 업무용으로 저장해 둔 파일은 회사 규정에 맞게 삭제하거나 인수인계했다. 또한 구글 드라이브, 슬랙, 노션 등 협업 툴에 남겨진 대화나 자료들도 정리하면서, 내가 나간 후에도 팀에 혼선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썼다.
더불어 회사에서 지급받은 장비나 기기, 사원증, 명함 등 실물 자산도 확인 후 반납 일정을 잡았다. 특히 노트북이나 업무용 폰을 사용했던 경우에는 사전에 백업을 하고 초기화를 진행해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인 정리를 넘어, 심리적으로도 ‘이제 정말 마무리되는구나’라는 감정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마지막 주에 하루를 온전히 정리의 날로 정하고, 자리 주변을 모두 청소하고,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 모든 과정이 퇴사를 한층 더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게 해 주었다. 디지털 시대의 퇴직은 단순한 서류 절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 흔적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진짜 퇴직 준비의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