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후 첫 3개월 생존 전략 – 돈, 건강, 멘탈까지
퇴직 준비를 오래 했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맞이한 첫날은 생각보다 낯설고 공허했다. 퇴사하기 전에는 ‘이제 자유다’라는 해방감을 상상했지만, 실제로는 이전까지 나를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했던 모든 구조가 사라졌다는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날 이유도, 정해진 출근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주치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처음 며칠간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보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느껴졌다. ‘이러다 무기력에 빠지겠구나.’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퇴사 후 3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였다. 단순히 쉬는 시기라고 보기엔 너무 길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엔 아직 준비가 안 된 애매한 시기였다. 그래서 나는 이 기간을 ‘생존 전략 수립 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재정비와 재설계를 위한 진짜 준비 기간으로 설정한 것이다. 돈, 건강, 멘탈. 이 세 가지를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이 핵심 목표였고,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도 병행했다. 하루가 자유롭게 주어졌다고 해서 모두가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처음엔 마냥 느긋하게 보내다가 어느 순간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에 불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하루 관리자’로 설정하고, 매일 밤 그날의 시간 사용 기록을 10분간 정리했다. 이 작은 기록 덕분에 시간 낭비를 줄이고, 다음 날의 계획을 능동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
퇴직 후, 재정 불안은 루틴과 예산표로 통제할 수 있었다
퇴직 후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단연 ‘돈’이었다. 월급이라는 고정 수입이 사라지자,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했던 소비 하나하나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퇴사 전 미리 준비해 뒀던 생활비 예산표를 다시 꺼냈다. 이 표에는 매달 지출 가능한 한도, 항목별 상한선,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이 모두 정리돼 있었다. 나는 이 예산표를 기준 삼아 매주 소비 리포트를 작성했고, 지출을 감시하는 습관을 들였다. 특히 카드보다는 체크카드나 현금을 사용하면서 체감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또한 실업급여 수령 절차도 빠르게 진행했다. 퇴사 후 7일이 지나고 고용센터에 실업신고를 한 뒤, 구직활동 계획서를 제출하고 온라인 교육을 수강했다. 이 모든 과정을 정리해 놓은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일정과 체크리스트를 관리했다. 실업급여는 퇴직 후 재정 불안을 잠시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었고, 매달 들어오는 수당이 루틴처럼 일정한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나는 이 수입을 ‘생활비 보조’로만 쓰고, 가능한 한 원래 준비한 비상금에 손을 대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이런 원칙 덕분에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나는 ‘최소 생계비 모드’를 실험했다. 실제로 한 달간 모든 소비를 필수 항목으로 제한하고, 외식 대신 집밥, 대중교통 대신 도보나 자전거를 활용했다. 이 실험은 단순히 절약을 넘어서 ‘내가 얼마만큼의 비용으로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나는 앞으로 다가올 공백기에 대한 심리적 방어선도 함께 만들 수 있었다.
체력과 건강을 잃으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퇴사 후에는 오히려 건강을 더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신체 리듬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의식하지 않으면 리듬이 무너지고, 자연스럽게 생활이 불규칙해진다. 나는 퇴사 후 첫 주부터 아침 기상 시간을 정해두고, 알람을 맞춰 억지로라도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특히 오전 시간대를 가장 생산적인 시간으로 정해두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일정에 포함시켰다. 근력 운동보다는 스트레칭, 요가, 걷기 같은 부담 없는 루틴부터 시작했다.
건강검진도 퇴직 직후 받았다. 회사에서 제공하던 건강검진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병원에 예약하고 진행해야 했다. 이 검진을 통해 수면의 질, 체중 변화, 혈압 상태 등을 확인했고, 경미한 위염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식습관도 함께 개선하기 시작했다. 아침을 거르지 않고 챙겨 먹고, 카페인 섭취도 조절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루틴을 ‘억지로’가 아니라 ‘회복’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점이다. 퇴사 후 체력과 건강을 챙기는 일은 단지 몸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다시 사회로 나가기 위한 기반을 쌓는 일이었다. 몸이 무너지면 의욕도 무너진다는 건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추가로 나는 하루 30분 명상과 저녁 스트레칭을 고정 루틴으로 삼았다. 명상은 마음의 잡음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스트레칭은 하루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어주었다. 이런 단순한 습관들이 쌓이면서 내 컨디션은 점점 안정되었고, 규칙적인 하루가 회복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멘탈 관리는 가장 어려웠지만, 퇴직에 가장 중요했다
돈도 건강도 결국은 정신력이 바닥나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퇴사 후 절감했다. 처음엔 시간이 많아진 것 자체가 만족스러웠지만, 2주가 지나면서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회와 분리된 느낌, 소속이 없다는 감정,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멘탈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적용해 나갔다. 첫 번째는 ‘기록하기’였다. 하루에 한 번, 일기를 쓰듯 그날 있었던 감정과 생각을 적었다. 나의 불안이 어떤 상황에서 커지는지를 파악하고, 패턴을 인식하니 감정의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됐다.
두 번째는 ‘루틴화된 자기 계발’이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미래 대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매일 오전 10시에 독서 30분, 오후 3시에 온라인 강의 1개 듣기 같은 루틴을 만들었다. 이 루틴은 아주 작은 성취감을 주었고, 내가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있다는 안도감을 제공했다. 셋째는 외부 접촉 유지였다. 퇴사 후 사람들과 연락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주 1회 이상은 꼭 누군가와 커피를 마시거나 통화를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립은 멘탈에 악영향을 준다. 이 세 가지 전략 덕분에 나는 퇴사 후 멘탈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다시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나는 스스로에게 미션을 부여했다. ‘3개월 후 인터뷰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가상의 목표를 설정하고, 매일 이를 위한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답을 정리해 봤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경력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자기 효능감도 함께 회복됐다. 퇴직 후의 멘탈 관리는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지는 가장 현실적인 작업임을 직접 경험으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