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 중 생긴 가장 큰 불안 – 수입이 0원이 된다는 공포
퇴직을 결심하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진짜 두려움은 사직서를 낸 이후에 찾아왔다. 퇴사를 결심한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 현실적인 계산을 해봤다.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 보험료, 월세, 통신비, 식비,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까지. 그리고 입금될 예정인 수입은 ‘0원’. 그 숫자를 보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월급이라는 고정 수입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이렇게도 위협적으로 다가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매달 일정 금액이 통장에 들어온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가끔 소비가 과해도, 다음 월급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퇴직 이후에는 그 믿음이 무너졌다. 아무리 준비하고 계획해도, ‘앞으로 얼마 동안 무수입 상태가 지속될까’라는 불안은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단순히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 돈을 채울 수단이 당장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불안은 계획적인 나조차 감정적으로 휘청이게 만들었다. 통장에 숫자는 남아 있어도, 심리적으로는 이미 마이너스 상태였던 셈이다.
특히 주변 사람들 중에도 퇴사 후 재취업까지 수개월 이상 걸렸던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에, 내 불안은 더욱 커졌다. 나는 준비된 퇴사를 하려 했지만, ‘수입 0원 상태’라는 현실 앞에서는 어떤 준비도 완벽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 시기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전략을 고민하게 되었다.
무수입 상태를 견디기 위해 만들었던 ‘심리적 생계 방어선’
퇴직 전, 나는 이 시기가 올 걸 알았기 때문에 나름의 방어선을 만들고자 했다. 가장 먼저 했던 건 ‘생계비 시뮬레이션’이었다. 엑셀 파일에 내 모든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정리하고, 매달 필요한 최소 생계비를 계산했다. 내가 한 달을 버티기 위해 꼭 필요한 금액은 약 120만 원 정도였다. 그 기준을 기반으로 비상금과 예금, 실업급여 예상 수령액까지 더해 몇 개월 버틸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약 6개월 정도는 큰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숫자로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돈이 줄어드는 불안’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했던 건 ‘지출 구조를 바꾸는 연습’이었다. 커피 한 잔, 배달 음식,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 등을 줄이면서 지출 습관 자체를 리셋했다. 나는 지출을 단순히 줄이는 게 아니라 ‘내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았다.
또 하나는 ‘생활 루틴을 소비 중심에서 생산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평소처럼 출근하듯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강의를 듣고,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나만의 루틴을 유지했다. 이렇게 루틴을 만들다 보니, 쇼핑이나 불필요한 외출로 인한 소비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심리적으로도 ‘나는 뭔가 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기면서 돈에 대한 불안도 조금씩 덜어졌다. 결국 퇴사 후의 불안은 단지 수입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삶의 통제권이 사라지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실업급여와 부수입이 나를 버티게 한 두 가지 기둥이었다
퇴직 후 바로 무수입 상태로 진입한 건 아니었다. 실업급여는 내가 가진 가장 현실적인 버팀목이었다. 나는 퇴사 전부터 고용센터와 상담하며 자발적 퇴사 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유를 정리했고, 퇴사 후 일주일이 지나자마자 신청 절차를 밟았다. 실업급여는 ‘기댈 수 있는 월급’과 같았다. 당장 큰 수입은 아니었지만, 규칙적으로 수령된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나는 돈에 대한 압박보다는, 나만의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퇴직 전부터 시작한 블로그와 콘텐츠 프로젝트를 통해 소액의 부수입도 발생했다. 처음에는 몇 천 원 수준의 애드센스 수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의 수가 늘어나고 유입이 증가하자 한 달에 5만 원, 10만 원까지 늘어났다. 그 돈이 생활을 책임지진 않았지만, ‘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게 해줬다. 이 감각은 퇴사 후 불안을 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내 손으로 만들어낸 수익이 있다는 사실이 자존감을 지켜줬다.
나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이전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작은 온라인 클래스 기획을 시작했다. 무료로 베타 강의를 열고 반응을 확인한 뒤, 피드백을 반영해 유료 전환을 고민하는 단계까지 갔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곧 대체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조금씩 심어주었다. 수입이 ‘0원’에서 시작해 ‘1원’을 만드는 경험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수입이 없던 그 시간이 나를 다시 정비하게 만들었다
퇴직 후 수입이 없는 그 시기는 불안의 연속이었지만, 돌아보면 가장 나다운 삶의 방향을 고민한 시기이기도 했다. 매달 고정 수입이 들어오지 않으니, 내 삶의 중심이 돈이 아닌 ‘의미’로 이동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고, 일과 수입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퇴사 전에는 ‘얼마를 버느냐’에 집중했다면, 퇴사 후에는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고, 얼마나 나답게 사느냐’가 중요해졌다. 나는 고정 수입이 없던 그 시기에, 오히려 시간의 가치와 자유의 본질을 체감했다. 누군가는 이 시기를 공백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재정비의 시기라고 부르고 싶다. 수입이 없는 그 순간이 오히려 내 삶에 진짜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여전히 월급을 받지는 않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불안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 퇴직 준비를 하며 수입이 ‘0원’이 된다는 공포를 마주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어떤 위기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다시 나의 삶을 지탱해 줄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