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고민하던 어느 날, 믿을 만한 지인 한 명에게 처음으로 내 생각을 털어놓았다. 단순히 말로 정리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 대화 이후부터 예상하지 못한 반응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요즘 다 그런 생각해”, “좀 더 버텨봐”, “지금 그만두면 후회할걸?” 같은 말이 우르르 쏟아졌다. 한 사람의 고민 고백은 곧 수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충고를 불러왔다.
처음에는 이런 조언들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시각에서 내 결정을 점검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고, 무엇보다 누군가 내 이야기에 반응해 준다는 사실 자체가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어떤 말은 공감이 되었지만, 어떤 말은 마치 내 선택을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심으로 해주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작 나에게 필요한 조언은 어떤 것인지 선별하기가 어려웠다.
퇴직을 준비한다는 건, 내 삶을 새롭게 설계하는 중대한 과정이다. 그만큼 주변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예민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 시기에 들었던 수많은 말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며, 진짜 도움이 된 말과 오히려 흔들림만 키운 말을 구분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내가 경험한 퇴직 준비 중 들었던 조언들을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어떤 조언이 도움이 되었는지, 어떤 말은 오히려 더 혼란을 줬는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조언은 ‘나를 기준으로 한 말’이었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조언은 의외로 감정에 기대지 않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말이었다. 예를 들어,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나가서 6개월 안에 수입이 생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 단순하지만 이 질문 하나는 내 퇴직 준비 상태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했다. 단순히 힘들어서 나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존이 가능한 준비가 되었는지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조언은 이런 것이었다. “퇴사하는 것도 전략이야. 회사와의 관계도 고려하고, 타이밍도 조율해.” 이 말은 내가 퇴사를 무조건 ‘그만두는 일’로만 보고 있었던 시각을 바꿔줬다. 퇴사 이후에도 회사는 경력의 일부이고, 평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이별도 전략적으로 하라는 조언이었다. 실제로 이 조언 덕분에 나는 감정적으로 사표를 던지지 않고, 충분히 인수인계를 준비한 후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말은 “지금 퇴사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성장한 증거야.”라는 조언이었다. 이 말은 나를 위로하려는 감정적인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내 내면의 변화에 주목한 조언이었다. 조직 안에서만 살아가던 내가 이제는 스스로 일과 삶을 설계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준 말이었다. 이런 말들은 결정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도움이 된 조언들의 공통점은 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뒤 나온 말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나를 비난하거나 단정하지 않았고, 내 상황을 함께 풀어가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그 조언들은 내가 내 선택을 더 깊이 고민하고, 더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되었다.
도움이 되지 않았던 말은 ‘감정적 충고’나 ‘자신의 경험 투영’이었다
반면, 도움이 되지 않았던 말들도 분명 있었다. 대부분은 걱정이나 위로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그만두고 뭐 할 건데?”, “요즘 같은 시대에 어디 갈 데 있겠어?”, “그냥 참고 다녀. 다 힘들어.” 같은 말들이었다. 이런 조언은 나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을 내게 투영한 말이었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말하는 조언은 오히려 나를 위축시키기도 했다. “나도 예전에 충동적으로 그만뒀다가 고생했어. 너도 후회할 거야.”라는 말은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라, 자기 경험의 결과를 일반화한 것이었다. 물론 그 사람에게는 실제로 어려운 시기였겠지만, 그것이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거라고 단정하는 건 불필요한 공포를 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또 다른 유형은 ‘무조건적인 격려’였다. “너라면 뭐든 잘할 수 있어!”, “그냥 나오면 어떻게든 되더라.”라는 말들은 처음엔 위로가 되었지만, 실제 준비 과정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말들은 내가 당면한 현실을 무시하고, 감정적인 선택을 부추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퇴사를 이상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무조건 긍정적인 말도 결국엔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결국 도움이 되지 않았던 조언들의 공통점은, 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우선한 말이었다는 것이다. 이 조언들은 짧게는 위로가 되었을지 몰라도, 퇴직이라는 중대한 선택 앞에서는 방향성을 흐리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
조언을 들을수록 중요한 건 ‘내 기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수많은 조언을 들은 끝에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결국 퇴사는 스스로 책임지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조언도 내 상황과 맞지 않으면 소용없고, 아무리 안 좋은 말도 나에게 맞는 맥락이 있다면 참고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조언을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 시작했다. ‘지금 내 상황과 맞는가?’, ‘이 말이 내 감정을 흔드는가, 판단을 돕는가?’라는 기준이었다.
그 기준을 갖고 나니, 조언 자체보다 내가 그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구의 말이든 맹신하지 않고, 나의 가치관과 상황, 그리고 장기적인 방향성 안에서 다시 정리해 보는 과정을 통해 나는 내 선택을 훨씬 더 단단히 할 수 있었다. 조언을 거절하는 용기도 필요했다. 고맙지만 지금은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거나, 판단은 내가 하겠다고 말하는 연습도 했다. 그런 말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해치기보다는, 나를 더 분명히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다.
조언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그래서 조언은 참고는 하되, 판단은 내 안에서 내려야 후회가 없다는 사실을 퇴직 준비를 통해 확실히 배웠다.
퇴직을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건 ‘자기 기준’이다
퇴사를 준비한다는 건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나의 삶에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듣게 되겠지만, 그 말들이 모두 나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어떤 말은 방향을 잡아주고, 어떤 말은 흔들리게 만든다. 결국 중요한 건 그 말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퇴직 준비를 하면서, 수많은 말들 사이에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 도움이 되는 말은 기록해 두고, 맞지 않는 말은 감사한 마음만 받고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 모든 말들 속에서도 결정은 오직 나의 몫이라는 걸 잊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중심에 놓는 훈련이 되었고, 그 중심을 지키는 힘이 결국 퇴직이라는 선택을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주변의 말들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조언을 듣되, 거기서 판단하지 말 것. 나의 상황, 나의 준비, 나의 감정, 나의 방향을 기준으로 스스로 결정해야만 후회 없는 퇴사, 의미 있는 시작을 할 수 있다. 결국 퇴사라는 길은 혼자 걷는 길이고, 그 길 위에서 가장 믿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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