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퇴사를 고민할 때, 나는 그 생각을 가능한 한 오래 혼자 품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에겐 말할 수 없었고, 가족에게는 걱정을 줄까 봐 털어놓을 수 없었다. 친구들에게 말하자니 괜한 감정 소비가 될 것 같고, 괜히 조언을 받다가 선택이 흔들릴까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긴 시간 동안 퇴직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만 굴리고 있었다.
퇴직을 결심하는 과정은 외롭다. 조직에서의 역할, 직장이라는 사회적 안정성, 가족의 기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모든 것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뿐이었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회사 밖의 삶을 꿈꾸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등을 돌릴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오래전 직장 동료였던 한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짧은 안부 인사로 시작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근황으로 이어졌고, 나는 망설이다가 퇴사를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때 돌아온 그의 한마디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너는 네 시간을 어떻게 쓸지 결정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거야.” 그 말은 조언처럼 들리지 않았지만, 내게는 그 어떤 충고보다 강하게 박혔다. 그날 이후 나는 퇴사를 더 이상 막연한 도전이 아닌, 당연히 고려해도 되는 삶의 다음 단계로 보기 시작했다.
진짜 조언은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해준 이야기는 대단히 특별하거나 화려한 조언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 말을 들어주었고, 내가 느끼는 혼란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걱정부터 꺼낸다. “그만두고 뭐 할 건데?”, “요즘 같은 시대에 어디 갈 데 있냐?”, “조금만 더 버텨봐.” 이런 말들은 조언처럼 들리지만, 결국엔 내 판단을 불신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반면, 그 사람은 내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충분히 열심히 살았잖아. 이제 너를 위한 선택을 해도 될 타이밍이야.” 그 말은 판단이나 방향 제시가 아니라, 내가 이미 내린 결정을 믿어주는 말이었다. 그 말 속에는 ‘너는 그럴 자격이 있다’는 존중이 담겨 있었고, 나는 처음으로 내 퇴사 고민이 무모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선택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후로도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는 그 사람에게 준비 과정을 공유했다. 이력서를 다듬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일까지 하나하나 이야기했다. 그는 격려해주었고, 조심스럽게 피드백도 건넸다. 그 모든 대화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내가 주체라는 전제를 절대 흔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조언은 나를 움직이게 한 게 아니라, 내가 이미 갖고 있던 방향성을 확신으로 바꾸게 해주었다.
한 사람이 나를 믿어준 것만으로도, 나는 퇴사를 실행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퇴직 준비를 하면서 필요한 건 조언보다 ‘지지’라고 말한다. 내가 그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달은 건, 바로 그 사람과의 대화 이후였다. 그동안 나는 수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내 결정을 온전히 믿어준 사람은 없었다. 반면 그 사람은 내 상황을 완벽히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판단력을 먼저 신뢰했다. 그 믿음 하나가 내게 어떤 에너지를 주었는지 지금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지지받는다는 건 단지 위로받는 게 아니다. 지지는 내 안의 힘을 끌어내는 기폭제가 된다. 퇴사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용기,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감정적 지탱,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 이런 것들은 그 사람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퇴사라는 결정은 혼자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 나를 사람 대 사람으로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경험이 있다면, 그 선택은 더욱 단단해진다.
나는 그 사람 덕분에 퇴직을 망설이던 마지막 순간을 지나갈 수 있었다. 나 혼자였으면 또 몇 달을 고민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움직였다. 조언보다 강한 건 신뢰였다. 그리고 진짜 좋은 조언자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모든 퇴직 준비자에게 필요한 건 단 한 사람의 진심이다
퇴직을 준비하며 수많은 말을 듣게 된다. 어떤 말은 방향을 흐리고, 어떤 말은 판단을 흔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건 단 한 사람의 진심이다. 아무것도 정답처럼 말하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내 계획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퇴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마음의 기반이 마련된다.
혹시 지금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반드시 모든 사람의 조언을 들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조언은 줄이고, 단 한 명의 진짜 지지를 찾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나 역시 그 한 사람을 만난 이후, 내 결정이 더는 혼자의 선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비로소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내 삶은 여전히 정답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퇴사라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선택 뒤에는 내가 나를 믿게 해 준 한 사람의 말이 있었고, 그 말은 여전히 내 삶을 지탱해 주는 문장처럼 남아 있다. 퇴직 준비라는 여정에서, 우리는 때로 수많은 전략보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지지가 더 필요하다. 그 지지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어떤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내 삶을 바꾼 건 거창한 조언이 아니라, “너는 이제 네 시간을 결정할 수 있어.”라는 아주 단순한 말이었다.
'퇴직 준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직 준비 중 몰래 했던 재정 점검과 소비 습관 바꾸기 (2) | 2025.08.12 |
---|---|
퇴직 준비 중 꼭 필요했던 심리적 루틴과 일상의 리듬 (2) | 2025.08.11 |
퇴직 준비 기간 동안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극복 방법 (3) | 2025.08.11 |
퇴직 준비 중 쏟아진 조언들 –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 말 vs 아닌 말 (1) | 2025.08.09 |
퇴직 준비 중 현실 자각하게 만든 순간들 – 사소하지만 강렬했던 기억들 (2) | 2025.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