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준비하게 된 데에는 분명 여러 이유가 있었다. 업무 과중, 성장의 한계, 불합리한 문화 같은 현실적인 이유들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크고 명확한 이유들보다도, 내 마음을 확실히 움직인 건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었다. 말하자면 계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저 지나칠 수도 있는 장면 하나하나가 유독 크게 다가오는 순간들이었다.예를 들면, 점심시간에 사무실 책상에 앉아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문장이 문득 떠오른 날이 있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며 ‘이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치 제 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퇴직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떠올리기 시작했다.결국 사람은 거대한 충격보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