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준비하기 시작한 초반, 내가 예상한 가장 큰 어려움은 돈이나 경력 공백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퇴사 후 준비 기간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흔들린 건 내 감정의 리듬이었다. 회사에 다닐 땐 자연스럽게 따라가던 출근과 퇴근의 규칙, 회의와 업무 마감의 압박, 점심시간 같은 구조들이 사라진 순간, 내 하루는 형체 없는 시간들로 흘러가기 시작했다.처음 며칠은 여유로웠다. 늦잠을 자고, 천천히 식사를 하고, 보고 싶었던 책도 읽었다. 그런데 그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점점 늦어지는 기상 시간, 하루 종일 이어지는 무기력, 무엇을 해도 집중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나는 지금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준비 중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나..